블루 바틀 리드 로스터 "줄리엣 한(Juliet Han)" 2015. 07. 14  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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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커피에 관심 좀 있다고 하는 사람들이 모이면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이름이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보다 정확하게는 오클랜드(Oakland)가 고향인 스페셜티 커피 회사 블루 바틀(Blue Bottle)이 바로 그 화제의 주인공이다. 멋스러운 매장과 신선한 커피로 샌프란시스코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10여년간 꾸준히 성장해 온 작은 스페셜티 커피 회사가 작년 실리콘 밸리와 주요 금융권의 지지에 힘입어 약 2,500만 달러(한화로 약 270억)라는 유례없는 투자를 받으며 업계를 놀라게 했기 때문이다.
깜짝 소식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일본 도쿄에 로스터리 카페를 열어 3시간이 넘는 대기 행렬로 화제가 되더니, 불과 몇일 전에는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장 유명한 빵집인 타르틴(Tartine)과의 합병 소식으로 이제 글로벌 프랜차이즈의 길로 본격적으로 들어선 것이 아니냐며 업계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중이다.

이쯤 되면 모두들 가장 궁금해 할 만한 점이 하나 있다.
과연, 블루 바틀 제품과 문화가 이 폭풍 성장 과정에서 지속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 말이다. 그간 커피의 신선도와 품질로 지역 주민들에게 소구해 온 회사가 이런 폭풍 성장 과정에서의 품질 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으며, 늘어나는 주문 물량은 어떻게 소화하고 있을지 말이다.
특히 개인적으로 같은 일을 하는 입장에서, 이런 어수선한 환경 속에서 커피를 볶아내며 외부의 과하다면 과할 수 있는 시선을 묵묵히 견뎌내고 있는 그곳의 커피 로스터에게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신기하게도 때마침, 업계의 좋은 친구이자 촉망 받는 로스터 줄리엣 한(Julliet Han)이 블루 바틀 본사의 리드 로스터(Lead Roaster)로 근무하고 있어 그녀의 일과를 통해 이런 궁금증을 조금 해소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특히, 반나절이 넘는 시간 동안 가까이에서 지켜본 그녀의 로스팅과 제품 관리(이하 QC: Quality Control) 방식은 물론, 여러 타이틀로 대변되는 그녀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혹시라도 방향을 잃은 커피인들에게는 좋은 자극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태평양 건너에서 블루 바틀의 커피를 볶아내고 있는 그녀의 이야기를 전해본다.

Q. 블루 바틀 리드 로스터로써 줄리엣의 일상은?
블루 바틀 리드 로스터의 하루는 어떨까? 줄리엣이 오클랜드 본사 로스터리에 도착하는 시간은 새벽 5시. (주문량이 많은 명절이나 연휴에는 새벽 4시에 출근하기도 한다고) 머리망 대신 재치 있게 자신의 페퍼로니 피자 모자와 앞치마를 걸치고 남들보다 조금 빨리 하루를 시작한다. 다른 로스터들과 함께 그날 로스팅할 커피와 양을 확인하고 로스팅 배치 순서와 사이즈를 결정한다. 75킬로 용량의 프로밧(Probat)과 35킬로 로링(Loring), 무척 다른 스타일의 두 로스팅 기계를 사용해 다양한 블루 바틀의 커피 메뉴를 준비해야 하는 것이 까탈스럽기도 하지만, 로스터로써는 가장 재미있는 점이라고 줄리엣은 말한다. 그런 점에서, 동일한 커피를 한 주는 프로밧으로, 그 다음 주는 로링 로스터기로 볶아서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은 꽤 흥미로웠다.
벌써 수년 차 경력의 로스터인 그녀지만 아직도 설렘 반 걱정 반으로 첫 로스팅을 시작한다고 한다. 설렘 탓인지 아직도 첫 로스팅 배치의 커피가 가장 맛있다고 너스레를 떠는 그녀지만, 막상 로스팅의 불을 당기고 나면 순식간에 로스팅 기계와 로스팅 프로파일 모니터, 색도계를 오가며 집중력과 카리스마가 넘치는 리드 로스터로 변신한다. 로스팅 프로파일을 기록하는 크롭스터(Cropster)의 그래프와 로링 로스터기의 열량을 수시로 확인 및 조절하고, 1차 크랙이 가까워 지면 기계 가까이 귀를 모아 소리를 듣고, 이후 커피 향에 집중해 목표한 온도와 시간에 최대한 가깝게 로스팅하려 매번 최선을 다하는 것 같았다. 잠시 커피가 식혀지는 사이 갓 볶은 커피의 샘플을 캔에 담아 일부는 색도계로 원두의 색상을 측정하고, 일부는 품질 관리(QC: Quality Control) 부서에서 바로 컵핑할 수 있도록 샘플 보관함에 넣어 놓은 후 바로 다음 로스팅에 집중하기를 몇시간 째 반복하더니, 점심시간이 다 되어서야 그녀의 로스팅은 일단락을 맺었다.

혹시, ‘식전 컵핑’이라는 말이 있던가. 부랴부랴 펜과 종이를 챙겨 컵핑룸으로 자리를 옮겨 3명의 품질 관리 팀원과 함께 갓 볶은 커피를 배치 별로 일일이 맛보며 목표했던 맛이 제대로 발현되었는지를 꼼꼼히 확인하고 의견을 나눈다. 각 커피 별 맛의 특성이 적힌 품질 관리 표를 바탕으로 5점 만점으로 점수화 시켜 제품으로써의 합격 점을 평가하는 품질 관리 시스템이었다. 같은 커피를 여러 번 나눠서 볶은 블렌딩 용 커피들도 전문 품질 관리 요원(?)들이 배치 별로 일일이 평가하기에 로스터 입장에선 은근 긴장되는 순간일 것 같았다. 하지만 그만큼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할 수 있어 내심 부러운 마음이 든 것도 사실이다. 양이 많은 만큼 속도는 빠르게, 하지만 꼼꼼하게 서로의 의견을 확인하는 팀워크를 과시하며 품질 관리를 마치고 나서야 점심식사를 하러 나갈 수 있었다. 참고로 다행히 그날 품질 관리에서 탈락된 배치는 없었다.

커피 배송이 시작되는 오후 3시 반 이전에는 품질 관리 및 포장까지 마무리 되어야 하기에 보통 2시 이전엔 로스팅과 품질 관리를 마친다고 한다. 로스팅이 일찍 끝나는 날에는 기꺼이 포장팀에 합류해 일손을 돕기도 한다는데, 뜨거운 열기 속에서 집중력을 쏟아 부은 후 단순 반복 작업을 통해 머리를 식히는 로스터의 그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일주일에 한두 번, 사무실로 출근하는 날에는 커피 프로파일과 품질 관리 서류를 들춰 보며 모범 프로파일을 수정하는 작업에 몰두한다고 한다. 선 주문, 후 로스팅 시스템으로 다양한 원산지의 커피들, 게다가 같은 생두라도 작게는 10킬로그램부터 70킬로 단위로 조금씩 다른 양의 생두를 볶다 보니 늘 레시피를 확인하고 수정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그녀의 일상이라고 한다. 게다가 뉴욕과 LA, 도쿄의 로스터들과 일관된 품질의 커피를 만들기 위해서 로스팅 레시피와 품질 관리 시스템을 공유하는 것 역시 주요해 보였다. 이렇게 대략 비슷하게 흘러가는 리드 로스터의 일상이지만, 그녀의 말처럼, 커피가 늘 그렇듯이 크고 작은 변수들 때문에 매일 조금씩은 다르기 마련이라고 한다. 왠지 모르게, 격하게 공감하게 되는 말이다.

Q. 어떻게 블루 바틀 리드 로스터가 되었는지?
먼저 한국 독자에게 자기 소개를 부탁하는 질문에 서툰 한국 말로 그녀는 이렇게 답했다.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줄리엣 한, 한국 이름은 한주희, 잘 부탁해요.” 한국계 미국인인 그녀를 처음 만난 건 수년 전 동부의 한 커피랩(Coffee Lab)에서였다. 시카고의 인텔리젠시아(Intelligentsia)에서 몇 년간 바리스타로 뼈가 굵은 그녀가 버몬트(Vermont)의 커피랩(Coffee Lab International)에서 생두 관리 인턴으로 근무하며 새로운 커피 커리어를 시작할 때였다. 당시 꽤나 묵묵히 커피에만 집중해 있는 모습이었고, 덕분에 그녀가 재미교포 2세인 것도 한참 뒤에나 알게 되었다. 이후, LA 인텔리젠시아 로스터리를 거쳐 로링(Loring) 로스팅기를 사용하는 에스프레소 리퍼블릭(Espresso Republic)의 로스터로 차근차근 로스터로서의 경력을 쌓아오다가 인텔리젠시아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의 적극 추천으로 2014년 말부터 블루 바틀 리드 로스터로 근무하게 되었다고 한다.

인생이 늘 그렇듯 역시 타이밍이 좋았다고 말하는 겸손한 그녀지만, 필자의 눈에는 로스터가 되고 싶은 마음을 꾸준히 실행으로 옮기며 스스로 좋은 기회를 만들어 온 것으로 보인다. 바리스타로서의 경력을 충분히 쌓았을 때 오히려 카페 매니저 대신 로스터가 되길 꿈꾸었고, 커피 맛을 감별하지 못하는 사람이 훌륭한 로스터가 되는 건 어렵지 않겠느냐며 시카고 같은 대도시에서 동부의 아주 작은 시골 마을의 커피 연구실로 거취를 옮겨 생두를 친구 삼아 커퍼로써의 경력을 쌓은 후, 결국 자신이 원하던 로스터가 되어 본인의 고향인 LA로 돌아온 그녀이기 때문이다. 이곳 저곳을 거치며 조금 길게 돌아오긴 했지만, 덕분에 지금은 좋은 환경에서 본인이 꿈꾸었던 로스터의 일을 하고 있어 마냥 즐겁고 감사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녀의 여정은 아직도 한창 현재 진행형인 듯싶다. 벌써 다음 도전 과제를 찾았기 때문이다. 식품 과학에 대한 공부를 제대로 하고 싶은 생각에 최근 대학원 진학 준비를 시작했고, 덕분에 일을 마치면 근처 도서관을 찾느라 바쁘다고 한다. 실무와 연구를 병행하며 기회가 된다면 커피를 전문적으로 제대로 가르치고 싶다고 말하는 그녀는 이미 로스터, 그 이후를 향한 꿈에 많이 가까워 보였다.

Q. 편애하는 로스터기가 있다면?
크고 작은 로스팅 회사를 거쳐온 그녀가 가장 편애하는 기계가 있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기계 탓하는 로스터는 되고 싶지 않지만, 돈에 크게 구애 받지 않고 마음껏 고를 수 있다면 로링 로스터기를 선택하겠다고 조심스럽게 선호도를 밝혔다. 최근 로스터들 사이에서 가장 핫하면서도 비싼 기계로 떠오른 열풍식 로스터기인 만큼 그녀의 편애(?) 이유가 궁금했다. 그녀의 말을 옮기자면, 예전 인텔리젠시아에서 고도(Gothot) 로스터기와 같은 좋은 기계도 써 보았고, 아직도 블루 바틀의 프로밧과 로링 로스터기를 마스터 하려면 멀었다고 생각하지만, 사용자의 입장에서 제품의 안정적인 품질 면에서 로링 로스터기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고 한다. 특히, 많은 로스터들이 주저하는 로링과 같은 열풍식 로스터기와 반열풍식 로스터기로 볶은 커피의 맛의 차이에 대해서 그녀는 마우스필(mouthfeel)의 차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동일한 커피를 로링 로스터기로 강배전 했을 경우, 다크 초콜릿과 풍미를 느낄 수 있으면서도 좀 더 가벼운 바디감과 깨끗한 식감을 나타내기 마련이다. 이를 두고, 반열풍식 로스터기로 볶은 커피에 익숙한 사람들은 뭔가 맛이 비었다고 표현하지만, 그녀는 그런 가볍고 깨끗한 식감 덕분에 단맛을 좀 더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다.

Q. 최근 본인이 로스팅한 커피 중 가장 맛있게 마신 커피는?
직접 로스팅한 커피 중 최근에 가장 맛있게 마신 커피가 있냐는 질문에 그녀는 주저 없이 브룬디 닝가(Brundi Ninga) 커피를 추천했다. 개인적으로 수세식으로 가공된 에티오피아나 르완다 커피의 깨끗한 단맛을 선호하는 편인데, 최근 브룬디 커피를 로스팅 하면서 트라이어(tryer: 로스팅 확인 봉)에서 맡은 향기에 매료되어 하루에 같은 커피를 서너 잔씩 마시기도 했다며 애정을 표현했다. 그러고 보니 인터뷰를 시작할 즈음 그녀가 특별히 마셔보라며 주었던 커피도 같은 브룬디 커피였고, 차갑게 식을 때까지도 무척 깨끗하고 달달한 캔디 같은 인상의 커피였다.

Q. 미국에서 소수 인종, 혹은 여성 로스터로써의 어려움은 없는지?
미국에서 같은 로스터로 활동하면서 가장 궁금한 점 중 하나였다. 남성이 대부분의 역할을 하고 있는 커피 업계에서 여성 로스터이자, 한걸음 더 나아가 미국 내 소수 인종인 아시아인 로스터로써의 어려움은 없는지 조심스럽게 물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라면서 오히려 주변에 아시아 친구들이 많지 않아 소수 인종으로 인한 문화적인 어려움은 딱히 없었던 것 같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남성이 대부분인 커피 로스팅 분야에서 여성 로스터로써 자신의 실력을 증명하기 위해 좀 더 이를 악무는 부분이 없지 않다고 고백했다. 우스갯 소리로 아마 한국인의 피가 흐르기 때문에 좀 더 이를 악무는 건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이긴 했지만, 여성으로써 기계를 만지고 무거운 커피를 옮기는 것 만으로도 주변의 시선을 끌기 때문에 더욱 더 실수하지 않으려 애를 많이 쓰는 것이 사실이라고 한다. 흥미롭게도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스페셜티 커피 로스터의 여성 비율이 타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은 편인데다, 그녀가 일하는 블루 바틀 정직원의 반 정도가 여성인 탓에 다른 회사들에 비해 문화적으로 적응하기가 훨씬 편안한 부분이 있다고 말한다. 그러고 보니, 줄리엣의 상사도, 필자와 필자의 여성 상사를 비롯해 샌프란시스코의 유명 스페셜티 커피 회사에도 꽤 많은 여성 커피인들이 로스터나 창업자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중이다.

Q. 개인적으로 한국을 방문할 계획은?
개인적으로 만나면 한국 음식점이나 한국 프랜차이즈 빵집에서 만나는 것을 선호하기도 하는 그녀가 과연 한국을 언제쯤 방문하게 될지 늘 궁금했다. 그리고, 방문하게 되면 무엇을 가장 하고 싶은지 말이다. 혹시라도 한국에 블루 바틀이 생긴다면 제일 먼저 손을 들어 지원해서 가겠다고 진지하게 말하면서도, 당장 한국에 간다면 드라마 속 커피 프린스 카페를 가야겠다며 농담 삼아 대답했다. 실은 한국의 커피 시장에 대한 대단한 뉴스를 많이 접하다 보니 대체 어디서부터 방문해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는단다. 일단 그 부분은 필자가 나중에 가이드 해주는 것으로 해두고, 꼭 하고픈 것이 있냐는 물음에는 한국의 박물관과 부모님의 고향을 방문하는 것을 꼽았다. 아직 한번도 한국땅을 밟아 본 적이 없는 그녀에게 한국이야 말로 멀고도 가까운 나라가 아닐까 싶다. 어렸을 적 한글 학교도 다니고, 가끔 한국 드라마도 챙겨 보며 고국 방문(?)의 꿈을 키우고 있는 그녀가 하루 빨리 한국의 커피는 물론 한국의 문화와 사람들을 접하기를 개인적으로 기대해 본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회사의 커피를 책임지고 볶아내는 그녀의 실력과 인품, 그리고 화이팅 넘치는 한국 여성의 열정이 그녀가 한국을 방문할 때까지 태평양 너머로 잘 전달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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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바틀커피 https://bluebottlecoffe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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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공: coffee t&i korea 2015.5-6월호 (글/사진: 신경희 beanwif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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